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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존중

대기업이사 정택운 x 무용수 차학연 본문

퍝ㅌ/연성

대기업이사 정택운 x 무용수 차학연

밤비v 2015. 11. 23. 00:59

1. 


“허리 주물러줘?”


“저리 꺼저.”

 

적당히 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분명 메이크업과 세팅한 머리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빌어먹게 몸케미만 좋아가지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 위라 학연은 기가 찼다. 뒤로 하면 된다며 뻔뻔한 얼굴로 옆구리를 지분댈 때 알았어야 했다. 옆구리는 학연의 성감대였다. 눈치 없는 정택운은 그런 것만 귀신같이 알아챘다. 개운한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온 택운은 타월 한 장을 허리에 두른 체 냉장고를 뒤져 음료수를 꺼내마셨다. 모델 같은 포즈로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선 택운은 침대위에 비스듬하게 기대앉아 오만상을 찌푸리고 앉아있는 학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는 끔찍하게도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많이 아파?"

 

학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낭창하게 되묻는 저 인간에게 어퍼컷을 날릴까 생각했다. 아직도 허리 아래가 얼얼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우는 소리를 내는 학연을 무릎 위에 앉혀놓고 열심히 박아댄 정택운 탓이었다. 이래서 걸음은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아직도 화끈거리는 다리사이의 통증 때문에 학연은 몇 시간 뒤에 설 무대를 심각하게 걱정해야했다. 

 

“다리에 힘 안 들어가.”


택운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학연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웃고 있어. 지금 혼자 좋아하고 있다고! 학연은 저 작은 표정변화까지 포착해내는 스스로가 한심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긴장하고 있어야할 몸이 자꾸만 나른해지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그런 학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택운이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연이 네가 그런 말 하면 되게 야하게 들려..."


 

... 그러니까 어느 부분이? 



2.


“그래서 후원금의 대부분이 공연단의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눈앞의 남자는 높낮이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공연단의 재정상황을 읊었다. 대기업에서 문화 후원을 위해 공연단을 후원하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작은 공연단들이 대기업 소속으로 흡수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남자가 말을 이어갈수록 학연의 얼굴은 조금씩 썩어 들어갔다. 공연을 통해 버는 수익 외에는 거의 후원금에 의지해 운영되는 공연단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근데 이거 좀... 이거 분위기가 완전... 학연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학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이거 참 원투데이도 아니고 무슨 레퍼토리가 변하지를 않나. 사무실 가장 안쪽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있던 남자의 앞에 익숙한 담배케이스가 놓여있었다. 아직도 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었네. 학연이 몇 년 전까지 폈다가 끊었던 담배 로고였다. 학연은 자신을 응시하는 쌍꺼풀 없는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박하향이 나는 담배 한 개비 꺼내 물었다. 

 

"너가 사장이에요?"

"아니. 나 대표이사."

"그래 이사님. 지금 나 뭐 너한테 몸 팔아라 뭐 이런 거 맞죠?"

 

높낮이 없는 톤으로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비서는 당황했다. 마치 시속 180km로 날아온 돌직구에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저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는데. 조심스럽게 읽던 서류를 내려놓은 비서실장은 택운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시한폭탄 같은 사람은 누구도 아닌 정택운이었다. 흐리멍덩하게 치켜뜨고 있던 정택운의 눈동자가 불안한 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학연은 입에 문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며 택운의 표정을 살폈다. 굳게 다물어져있던 입 꼬리가 잠시 움찔거렸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 나한테 팔아."

 

하, 별 미친놈 다 보겠네. 학연은 최고로 삐딱한 표정으로 택운을 내려다보며 담배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눈동자를 굴려 테이블을 빠르게 스캔하자 상혁이 놓고 간 유리잔이 포착됬다. 목숨이 간당간당한 비서는 마셨지만 학연과 택운은 손도 대지 않은 그것을 집어든 학연은 상큼하게 웃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 물론 택운은 지금까지 딱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지만 학연은 왠지 치미는 빡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표님."

 

꽃에 물을 주듯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택운의 머리에 털어낸 학연이 시원한 표정으로 웃었다. 

 

"좆까세요."



3.


그러니까 연인같은 연인아닌 연인같은 둘의 사이가 성립되고 나서도 차학연이 정택운에게 마냥 다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후원금 필요 없다니까?"


"알아."


“알았으면 이만 꺼져줄래?"


"그럴까봐 우리 회사 소속으로 너희 무용단 영입했어."


"뭐이색히야?"


"이미 단원들이랑 협상 끝났어."


정말이지 택운은


“내일부터 우리 회사 연습실로 출근하면 되.”


정도라는 걸 몰랐다. 




4.


웬만한 대기업 초년생 월급에 버금가는 제안이었다. 거기다 매년 나오는 보너스까지. 병나발을 불며 단원들의 배신감에 몸부림치던 학연은 인정해야했다. 저런 조건에 무릎 꿇지 않을 가난한 무용수는 없었다. 재정문제로 매일매일 머리 싸매는 것보다 안정적인 대기업의 서포트를 받으며 작업한다면 좀 더 나은 퀼리티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순진한 단원들을 구워삶아?  

 

학연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언제 벗겨진 건지 기억도 안 나는 자신의 검은 셔츠가 구김 없이 반듯하게 접혀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그것을 본 학연은 또 기가 막혔다. 미친 정택운. 


5.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학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득 채워지는 술잔을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 맑고 투명한 액체가 유리잔 속에서 일렁였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즈음 학연의 기분은 확실히 나아지고 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목소리와 함께 어울려 웃던 학연은 뒷주머니 속을 핫하게 달구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까전부터 일분 간격으로 울리기를 반복하는 전화가 정택운임을 확인한 학연은 미련 없이 폰과 배터리를 분리시켰다. 


열 받던지 말든지. 학연은 이를 갈며 눈 깜짝할 사이에 채워진 술잔을 들이켰다. 목구멍을 화끈하게 긁어내리며 넘어가는 감각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곤 마른안주를 집어 들며 생각했다. 오늘 무대에서 실수한 것만 생각하면 정택운을 이 노가리처럼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싶다. 

  


예정대로라면 학연은 왁킹을 추며 무대 중앙으로 움직인 뒤 솔로 파트를 소화한 뒤 계단 뒤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무대 중앙에서 반동을 이용해 턴을 돌고 자세를 바꾸던 도중 다리가 풀렸다. 무게 중심이 흔들리자 턴을 돌다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쪽 무릎에 밀려오는 통증을 애써 참으며 최대한 안무처럼 보이도록 움직이며 무대 뒤로 퇴장하는 학연의 등 뒤로는 서늘한 식은땀이 흘렀다. 아 시발. 다들 학연의 눈치를 살피느라 무대 뒤편은 정적 그 자체였다. 잔뜩 긴장한 새내기 스태프가 주춤주춤 다가와 학연에게 수건을 건넸다. 수건은 받아들어 흐르는 땀을 닦던 학연의 표정에 피식 웃음이 흘렀다. 모두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다들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하고 있었다. 지금 누가 누구 눈치를 보는 거야... 학연은 수건으로 얼굴에 흐른 땀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가장 자신있는 표정으로 웃었다.


오모, 나 진짜 중심 못 잡아서 정말. 애드리브로 수습했어. 이상했어? 아니, 다친데 없어요. 응. 응. 다행이다. 놀랐지? 죄송합니다! 다음 무대 준비 바로 갈게요! 


섹스 후유증으로 무대를 망쳤다. 쪽팔려서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할 지경이었다. 택시타고 마포대교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거기다 순진한 단원들은 나날이 야위어가는 단장을 오매불망 걱정하고 있는데. 과감하게 전화기를 꺼놓고 나니 슬슬 정택운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만 오늘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잊어버리기로 했다. 야무지게 꺼진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우겨넣은 학연은 옆자리에 앉은 단원이 권하는 술을 받으며 상큼하게 웃었다. 정택운 엿머겅 두 번머겅. 



6.



폭신한 침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출렁인다. 예민한 학연은 이 작은 반동에 설핏 잠이 깨고 말았다. 인기척이 바로 근처에서 느껴졌지만 학연은 손 하나 까닥하기 싫을 만큼 몸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익숙한 담배향이 코끝에 스쳤다. 졸려. 더 잘래. 미간을 찡그리며 이불에 고개를 파묻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마..”


뜨거운 손바닥이 귓볼을 쓸었다. 또 다시 숙면을 방해받은 학연이 칭얼대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쳐가며 손길을 거부하자 손의 주인이 킥킥대는 웃는다. 뭐야 미친... 낮은 웃음소리는 학연의 얼굴 바로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오싹한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학연은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잡아 떴다.


"애기 일어났네.”


흡. 공포영화의 한장면처럼 학연은 숨을 참았다. 쌍꺼풀 없는 커다란 눈 한쌍이 자신을 내려다 본다. 쿠션 옆에 팔을 단단하게 내린 택운이 잠이 든 학연을 내려다 보며 웃고있었다. 



7.


서울 바닥에서 차학연을 찾는 건 너무나 쉽다. 차학연이 전국 어디에 숨어들어도 3일 안에 그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택운에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전화를 무시하는 학연의 고집에 택운은 혼자 피식대며 웃었다. 귀엽고 괘씸하다. 택운이 학연에게 직접 전화를 한건 나름의 기회를 주기위한 행동이었다. 계속 걸다보면 받지 않을까 라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으나 차학연의 성질은 정택운이 제일 잘 알았다.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음을 알리는 멘트를 마지막으로 택운은 핸드폰 목록을 뒤져 부단장의 번호를 찾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10분에 한 번씩 차학연의 상태를 알리는 부단장의 문자를 읽던 택운은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20분전 2차를 위해 장소를 옮겼으며 차학연은 단원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있다고 했다. [이사님 빨리 오시면 안될까여ㅜㅜ] 라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문자가 없었다. 


음... 부단장도 희생되었나. 학연이 술에 취했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택운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차키를 챙겨 문밖을 나섰다. 상쾌한 밤공기가 콧속으로 스민다. 택운은 입가에 연신 미소를 띈 체 차에 올라탔다.  


“가출 토끼 잡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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