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존중
하나. 라망 La Main [재환씨.] "뭐하고 있어요?" [그냥…….] "지금 서울 올라가는 길이에요. 거의 다 도착했는데." [아.] "배고파요" […….] "택운씨?" [김치찌개 끓일 건데.] "보고 싶어요, 금방 갈게요." 조심해서 운전해요. 재환은 택운 특유의 말끝이 뭉개지는 발음을 들으면서 조금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짧은 통화였다. 전화 통화 뒤 갑자기 찾아오는 짧은 적막은 늘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예를 들면 외로움이라던가 혹은 설렘 같은 것. 재환은 귀에서 핸즈프리를 뽑아 조수석에 던진 뒤 조금 더 세게 엑셀을 밟았다. 아이팟을 재생시키자 잔잔한 일렉트로니카풍의 노래가 적막한 공기를 채웠다. 택운이 골라놓은 플레이 리스트였다. 하루 종일 자동차 핸들만 붙잡고 있었더니 손마디가 쑤셨..
"차학연 선생님!" 학연이 다급한 목소리의 간호사를 밀치고 뛰었다. 재빠르게 소독을 마치고 수술실 안으로 발을 들이자 쏟아지는 피 냄새에 학연은 인상을 썼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술용 마스크와 장갑을 받아들자 보조를 돕는 레지던트가 호흡기에 숨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브리핑한다. 학연은 환자 주변으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스텝과 가벼운 눈짓을 주고받았다.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학연은 빠르게 흘러들어오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훑었다. 괜찮다. 나쁘지 않아. 불규칙적인 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기계를 노려보는 학연의 등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는다. "출혈이 심해, 심박출량이 너무 낮아." "도파민 5mg 투여합니다." "10mg 으로 높여. 수혈해야 되는데 환자 혈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