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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존중

[랍혁] 핸드폰에 저장된 김변태의 이름을 바꾼 이유 본문

퍝ㅌ/단편

[랍혁] 핸드폰에 저장된 김변태의 이름을 바꾼 이유

밤비v 2015. 11. 23. 01:41

핸드폰에 저장된 김변태의 이름을 바꾼 이유


김원식x한상혁






나는 안대를 끼고 자는 버릇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 생긴 습관은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도 쭉 이어졌다. 지금도 조금이라도 잠을 설칠 것 같다 싶으면 제일 먼저 찾는 잇템이 되어버렸으니까.


문제는 원식이 형과 함께 살면서 생겼다. 


머리만 바닥에 닿았다 하면 잠이 드는 형의 사전에 잠을 설친다는 단어가 있을 리 없었다. 형은 침대에 누워서 사색에 잠겨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빵 터져서 웃었다. 생각이란 걸 할 시간도 없이 잠이 든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나도 어디서 잠자리 가린다는 소리는 들어 본적이  없는데, 형에 비하면 나는 완전 까탈스러운 여고생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였을까. 


원식이 형은 내가 안대를 끼고 잔다는 사실에 아주 큰 관심을 보였다. 그것도 매우 지대한 관심을. 분명  낮이었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생각 없이 팔을 움직이려고 힘을 줬는데 손이 묶여 있었다.  헐.   솔직히 쪼끔 놀라서 심장이 벌렁거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이 한명 밖에 없다. 


형! 혀엉 어디 있어요. 빨리 풀어줘요. 이 변태 형은 어떻게 하면 일상의 모든 물건들을 그렇고 그런 곳에 활용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하는 게 분명했다.  옷은 홀랑 벗겨놓고 안대만 씌운 체 묶어 놨다, 이런 쌍변태같으니. 



"일어났어?"

"이게 뭐에요. 빨리 풀어요."

"내가 그래 하고 풀어줄 것 같지."

"아녀. 근데 시도는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너 존나 섹시해 지금,"

"으으 - 형 변태 같아요. 하지 마요."

"나 완전 섰다."

"헐. 형 방금 .... 진짜 변태 같았어요. 대박."


원식 형과 살면서 내가 배운 게 하나 있다. 형은 한번 흥이 돋으면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툭 까놓고 그냥 지 꼴리는 대로 한다. 형은 원래 아주 후리한 소울을 가진 사람이고 나는 평범함의 극치를 달리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특히 형은 잠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파트너와 본인이 즐거울 수 있는지 잘 아는 편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을 즐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걸 안다. 그리고 가끔 멘붕올것같은 행동을 하는 형을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무던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자고 일어났더니 강간범한테 납치되어온 꼬락서니를 하고 있어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남자라 이거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데다 앞도 안보이니까 긴장이 된다. 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주던 어둠이 이렇게 날 배신하다니... 원식형이 허리아래를 덮고 있던 얇은 여름이불을 걷어내더니 잔뜩 뜨거워진 손바닥으로 내 몸을 이리저리 만져대기 시작했다. 오 마이갓.


"간지러워요!"

"가만있어봐." 

"손바닥 완전 뜨거워요. 형."

"알면 얌전히 박혀주라- 꼬맹아.“


진짜로 흥분했는지 짐승 같은 숨을 귓가에 훅훅 내뱉더니 널브러진 내 허리를 감아 안고는 버둥거릴 새도 없이 엎어진 자세로 만들어 버렸다. 후배위하는 자세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섹스 판타지 중에 갑오브갑은 수갑에 안대라더니 진짜였나봐. 갑자기 엄청나게 부끄러워져서 자세를 바꾸려 허리를 뒤틀었더니 형이 냅다 한쪽 엉덩이를 후려쳤다.


"아!"

"가만있어."


이 형은 지금 진심이다, 엉덩이를 한대 맞고 나자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야한 동영상에서 본적은 있다. 원식형은 딱히 그런 건 취미가 없는 듯 했고 나도 그런 부분까지는 호기심이 동해본적이 없어서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었는데 - 아 이거 생각보다 무섭다. 신경이 눈 대신 다른 곳으로 쏠렸는지 솜털 하나 움직이는 것까지 느껴질 만큼 몸이 예민하다. 


 "다리 아파요. 으..."


이제는 대답도 없이 손가락 움직이는 소리만 귓가에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허리를 떨며 몸을 움츠렸다. 아으…. 윤활제가 잔뜩 발린 손가락이 유연하게 애널속을 움직이는 게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느껴져서 정말이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허리를 세운 체 엎드린 자세는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불편하기도 하고 허리가 꺾이지 않게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더니 근육이 무리를 하는지 금세 허벅지가 잘게 떨려왔다. 원식이 이상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 뒤를 풀어주고 있었다. 불쾌한 이물감에 이를 악 물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그가 손가락을 느릿하게 삽입할 때마다 몸이 저릿저릿. 기분.... 이상해.


"힘들어요. 형. 흐으. 이제 그냥 하면 안 돼요?"


손가락이 세 개쯤 들어찼나 ― 내벽이 느릿느릿 압박하듯 눌려졌다.  손가락 끝으로 세세한 주름을 죄다 더듬듯 집요하게 움직였고 그 손길은 절대로 성급하지 않았다.  최대한 부드럽게 삽입할 생각인지 윤활제를 과하다 시피 쏟아 붓더니 허벅지 사이로 오일이 왼쪽허벅지 아래로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점성이 있는 액체가 허벅지를 쓸고 내려가는 기분이 생생해서 소름끼친다. 이쯤이 되면 상남자의 자존심이고 뭐고 애원하는 수밖에 없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자극에 앞쪽은 손도 대지 않았는데 벌써 잔뜩 단단해져 있었다. 뒤를 만져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발기하다니 - 몸이 달아올라 뇌까지 타버릴것같았다. 


"하아. 흐. 혀엉. 형..."


결국 원식이 형은 내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그에게 애원할 때까지 이 느리고도 끈적끈적한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안대 건들면. 알지? 형도 나만큼 흥분했다는 게 목소리에서 너무도 노골적으로 느껴져 나는 이불 위에 처박힌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철컥하고 수갑이 가볍게  풀리자마자  저릿한 팔을 머리위로 끌어올렸다.  아무리 체격이 좋아도 어깨와 목으로만 허리를 지탱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괜히 야속한 생각이 들었지만 익숙하게 양팔로 다시 엎드렸다.  물론 안대는 손도 못 댔다.


"지금 손가락 몇 개 들어갔게."

"흐... 후... 세 개?"

"응. 근데 하나 더 넣을 거야."


잔뜩 겁을 먹어 엉덩이를 앞으로 잔뜩 빼며 도망치려 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쑥 하고 마지막 손가락이 애널속으로 들어갔다. 


큭큭, 어지간히 흥분했나 본데? 완전 흐믈흐믈 해졌잖아. 말해봐 안 아프지?  안 아프다고 해서 압박감이 없는 건 또 아닌데 대답하기가 민망해서 그냥 애꿎은 이불만 쥐어짜면서 끙끙대고 있자 형이 허리며 옆구리에 깊게 키스해왔다. 말이 키스지 물고 빨고 핥는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다. 그 와중에도 깊숙하게 들어온 손가락들이 쉬지 않고 내벽을 꾹꾹 눌러대고 있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벅지며 허리가 마구 떨려 나는 억지로 허리를 비틀었다.  


골반 쪽에 이를 잔뜩 세우던 형은 변태같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쾌감을 버텨내던 시간이 길어지자 고문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애가 탔다. 계속해서 형이 앞을 만져주질 않아서 그렇다. 한참을 집요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잔뜩 세워서 내벽의 어느 부분을 만지자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 날카롭게 뇌를 후려쳤다.  숨이 턱턱 막히고 몸이 떨렸다. 널부러져 숨을 할딱대자 그제야 만족한 듯 애널에서 손을 잡아 뺀 형이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훌쩍 벗긴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아서 형의 이름만 죽을 듯 불러댔다. 형. 원식이형. 감당못할만큼의 쾌감을 느껴서 그런지 저절로 눈물이 주륵주륵떨어진다.  쾌감의 잔류가 몰아치는 몸을 어찌할 줄을 몰라 눈을 감은 채 이불 위에서 헐떡대자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형이 갑자기 욕을 했다. 아 시발.  


번개같이 빠르게 탈의를 한 형은 진짜 한계까지 도달했는지  내 어깨를 잡아 몸을 똑바로 눕히더니 다리 사이에 거칠게 자리를 잡았다.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한발 빼고 시작하자며 내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쥐고 거칠게 훑어댄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한 형이 내 엉덩이 사이에 허벅지를 붙인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욕은 내가 해야 되는데... 시발 형 너는 뭘 먹고 이렇게 섹시한 거죠. 야동에서 튀어나온 포르노 배우가 내 앞에서 자위하는 것 같다. 그것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내 이름을 저 낮고 거친 목소리로 씹듯이 불러재끼면서. 시발 한상혁. 프리컴이 질척하게 흘러내리고 슬슬 쾌감이 밀려오는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눈을 내리까는걸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숨이 거칠어지는 기분에 입에서 아무렇게나 말이 튀어나온다.  


형 빨리. 빨리. 말도 안 되는 힘으로 내 몸을 잡아 반쯤 일으켜 세운 형은 내 머리통을 움켜쥔 체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럴 줄 알았다 이 개샹변태. 뜨끈한 정액을 얼굴로 받아낸 나는 입가며 턱까지 흘러내린 끈적끈적한 액체를 손으로 쓸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큭큭 미안. 너 피부 좋아지라고.  


그럴줄알았어요 좋은 건 나누는 거래요. 


얼굴에 묻은 정액 묻은 손을 그의 얼굴에 마구 비볐다.  자기 걸 얼굴에 문질러도 좋다며 낄낄댄다. 형은 변태가 아니라 아이인가봐. 돌아이. 낮게 목을 울리며 웃던 형이 다짜고짜 얼굴을 부여잡고 키스를 해온 탓에 다시 침대위로 쓰러졌다. 입안에서 비릿한 향이 맴도는데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끈적한 손으로 가슴이며 옆구리를 진득하게 애무 당하자  금세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형은 아까의 참을성은 개나줘버리라는듯 격정적으로 삽입을 해왔다. 형이 공들여서 찾아놓은 전립선을 무자비하게 찔러댔기 때문에  나는 그 후에도 두 번이나  앞을 자극 당하지 않고 사정했다. 강렬한 오르가즘은 마약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만 계속적인 강한 쾌감은 고통스럽다. 강약조절 없이 한곳만 찔러댄 탓에 까무러치듯 기절하고 깨기를 반복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반나절이 지나있었다.  설마 양심도 없이 기절한 사람을 붙잡고  한 건 아니겠지... 삭신이 예사롭지 않게 쑤셔대는걸 보니 심증이 점점 확증으로 바뀌어 가는 기분이다.  


"좋았어?“

"기억 안 나는데요."  

"한번 더."

"... 지금 나올 것도 없어요." 

"음. 나도."  

"근데요. 설마 기절한 사람 붙잡고 한 건 아니죠."  

"... 너 기절한 줄 몰랐는데."




... 아무래도 핸드폰에 저장된 형의 별멍을 김변태가 아니라 김또라이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




  

형은 그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형은 계속해서 수면안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싸그리 버렸다. 원식이형 덕분에 수면안대에 의지하던 습관은 말끔히 고쳐졌긴 했는데 그게 도무지 고맙지가 않았다. 정신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아로써 평범한 물건들이 변태화 되어가는 과정은 그리 달갑지가 않다. 


그날 형은 웬만큼 능숙하지 않으면 금광산보다 찾기 힘들다는 그 전립선 이라는 것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사실 나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는데 - 이 형의 과거가 점점 더 의심된다. 


이건 뭐 누르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폭탄이라도 되는건가보다.  불가항력으로 물웅덩이 속에 몇 번이고 내던져지는 것처럼  온몸이 쾌감에 휩싸이는 기분을 그날 나는 ... 정말이지 하루 종일 느꼈다.  김원식형은 내가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기절한 것도 모르고 나올게 없을 때까지 짐승처럼 섹스를 했다고 한다. 변태 같으니.      

 

동거한지 2 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히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굉장한 경험이었지만 후폭풍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이게 다 형 때문이다. 공을 들여 그곳을 발굴해낸  원식이 형은 자신의 스킬에 감탄하며 좋아 날뛰었고  그 후로도 며칠 동안이나 계속 돌아이처럼 실실 웃고 다녔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에 저장된 형의 이름을 김또라이로 바꿨다. 

 




원식형은 내 몸에 집착하는 편인것같다. 이건 본인도 인정했다. 

미성년자였던 나를 만나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한 시간이 길어져 그렇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괴로움을 아냐며 울부짖었는데 그때 이 인간의 변태기질을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전교 1등 하던 내 머리는 그때 잠시 집을 나갔었던 게 틀림없다. 물론 그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형은 내 몸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고 보면 형은 애정표현도 꽤나 솔직한 편인 것 같다. 늘 귀엽다 예쁘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걸 보면 말이다. 남중 남고를 나와 상남자로 살아온 나에게 귀엽다고 하는 형의 미적 감각은 썩어 문드러진 게 틀림 없지만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형의 얼굴은 확실히 반할만큼 멋있으니까.  그리고 원식형과 살면서 내가 배운 게 하나 더 있다. 형은 하나 꽂히면 그것만 죽어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은 지금 내 엉덩이에 완전히 꽂혔다. 


한달에 한번 있는 정기 휴일인 오늘 원식형은 잉여의 끝을 보겠다며 대낮부터 소주 7명과 맥주 한 박스를 들쳐 매고 왔다. 원식이 형은 주량도 남달랐다. 한번 형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원식이형의 베프인 학연이형과 재환이형 이 셋은 비장하게 지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쟁하듯 술을 마셨다. 예전부터 마시고 먼저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술값을 부담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셋은 무쓸모하게 주량이 셌다. 그렇게 전쟁하듯 폭음을 하는걸 보고 기겁한 택운이 형이 학연이형에게 금주령을 내렸었는데, 물론 학연이형은 안 지켰다.  재환이 형이랑 원식이형을 불러내서 몰래 마시다가 택운이 형한테 들켰었다.  나중에 들은 건데 택운형이 자기랑 마셔서 이기면 금주령을 풀어주겠다고 내기를 했다고 한다. 결과는 학연이 형이 도무지 말을 안 해줘서 아무도 모른다. 


그때의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학연형의 반응 때문에 다들 눈치는 챘는데 나는 착해서 그냥 모른척했다.  지금은 택운이형이랑 같이 있는 술자리에서만 술을 마신다. 그 후로 내가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정택운형이됐다. 






혼자 부지런히 술상을 차린 원식형은 터프 하게 소주 병뚜껑을 이빨로 깨물었다가 안 열려서 손으로 돌려 깠다. 잔에 콸콸콸 청명한 소리를 내며 술이 채워지는걸 보고 있으니 홀린 듯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길래  형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구워서 더더욱 바삭한 닭다리를 한 손에 들고 뜯자 형이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한상혁 너 학교 안 가냐?" 

"오늘 공강이요"

 

와 - 진짜 바삭 하고 맛있어 역시 치느님이야, 속으로 감탄하면서 형이 뭐라고 하던 말던 앞에 놓여있던 맥주도 땄다. 크으 - 맑은소리에 감동하며 한모금 들이키자 입가에 저절로 자애한 미소가 막 떠오르는게 오늘은 원식이 형이 어떤 개드립을 쳐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던 형이 피식 웃으면서 옆에 있던 치킨 무를 뜯어서 한 조각 집어줬다. 참 형은 왜 때문에 이런 곳에 쓸데없이 자상하고 그래요? 


볼에 홍조를 띄우고 부끄러워 해줘야 할 것 같지만 나는 상 남자니까 말없이 멋있게 무를 우적우적 씹었다. 그걸 보더니 형이 또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리면서 씨익 웃더니 한마디 한다. 귀여워.

 

"한상혁 너가 몇 학년이더라?"

"대학교 이학년이죠 - 형은 같이 살면서 그것도 몰라요?"

 

한참 말없이 유리잔에 소맥을 말아 들이키던 원식형이 그런다. 하긴, 알콩달콩하게 연애하고 살았을 것 같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형은 내가 아직도 애기인줄 아는 건가. 이렇게 함께하게 되기까지 지내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려고 하는데 원식이 형이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



"이야- 한상혁  미자 딱지 뗀지 벌써 그렇게 오래 됐단 말이야?"

"헐 .. 그렇게 말하니까 제가 되게 늙은 것 같네요."

"형 앞에서 할 소리냐."

"원식이횽 몇짤?"

"... 미쳤구나. 한상혁."

 

살짝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는 말없이 형의 입에 내가 먹던 닭다리를 물려줬다. 거하게 술판을 벌이긴 했는데 시계를 보니 4시 밖에 안됬다. 늦은 아침을 먹어서 점심을 어중간하게 거른 탓에 눈앞에 놓인 술안주를 보니까 허기가 진다. 말없이 치킨을 뜯던 원식형과 나는 한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아쉬운 입맛을 쩝쩝 다셨다.

 

"왜 한 마리밖에 안 시켰어요? 혼자 먹으려고 했죠. 치사하게."

"큼. 아니거든? 족발시키려고 했어. 기다려봐."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쭉 빨면서 눈을 흘기자 움찔한 원식이형이 전단지를 뒤적인다. 전화를 걸어 족발 특대 사이즈를 시키는걸 보고는 만족스럽게 세번째 맥주 캔을 땄다. 크- 족발에는 소준데 이제 소주로 달려야 하나? 그 와중에 원식형은 조금 남은 두 번째 소주병을 잔에 탈탈 털어 넣었다.





고등학교 때 형을 만난 나는 형의 바램과는 달리 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군대를 갔다. 대한민국 남아라면 피해갈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형과 정식으로 연애하기 전에 이걸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형은 일본으로 갔다. 좀더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원식형은 일본으로 넘어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왔다 . 말했듯  형은 한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죽어라 파는 성격이라 일본에서 커피를 공부한다고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는 벌써 대학교 2학년이었다. 그렇게 형이 돌아오고서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동거까지 하게 된 거지만. 동거 2주 만에 내 그, 그걸 넓힌다고 온갖 생쇼를 다 하더니 볼장 다 보고 신세계까지 열어준 형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맥주 한 캔을 다 마셔갈 때쯤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와아! 진짜 빠르다. 벌떡 일어나서 현관 앞으로 달려가니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배달부 아저씨가 묘한 표정으로 나에게 족발을 건냈다. 조금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는것같다. 저도 알아요. 아저씨, 아직 해도 안진거. 그래도 원식형이 치킨으로 저를 먼저 유혹했어요. 정말이에요. 제 얼굴이 새빨개진 건 취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그런 거에요. 


돈을 드리며 간절한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했더니 아저씨는 무표정하게 잔돈을 거슬러 주셨다.  감사합니돠아 수고하세여 - 꾸벅 인사를 하고 묵직한 비닐봉지를 들고 잽싸게 거실로 달려갔더니 원식이 형이 벌써 상을 치워놓고 유리잔 두개에 소주를 채워 넣고 있었다 . 야 족발에는 소주야, 소주 마셔.

 

아직 이른시간이라 재미없는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느긋하게 앉아 족발을 뜯고 있으니 정말 우리 집이 천국 같다. 계속해서 잔을 비워도 끊임없이 소주가 채워지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는 잔뜩 나른해진 몸을 형에게 기댔다. 이대로 잠들면 내일아침에 정말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머리가 핑 도는 게 아무래도 살짝 취한 것 같기도하다. 


 

"꼬맹아. 너 예전 교복 아직 가지고 있냐?" 

"그럼요."

"... 꼬맹이 교복입은거 보고 싶다."

"징챠여? 형이 치킨에 족발까지 쐈으니까 제가 오늘! 그까이꺼! 차암시만 기다려보쎄여!"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족발에 쫄면까지 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우리의 술판은 끝이 났다. 통통해진 배를 부여잡고 배부른 강아지처럼 웃고 있던 나는 형의 부탁에  흔쾌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안 그래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것도 있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실실 터졌다. 

 

그때 이사오면서 넣어뒀던 게 어디 갔더라. 머리가 알딸딸하고 붕 뜬것같은게 기분이 좋아서 혼자 옷장을 마구 뒤지는데 심장한쪽이 간질간질한게 저절로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짠. 옷장 한 칸을 몽땅 털고 나서야 한쪽 구석에 잘 정리되어있는 교복을 발견했다. 참 깊숙하게도 넣어놨네. 꼭 숨겨뒀던 보물이라도 발견한듯 기분이 들뜬다. 앞뒤 잴 것 없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훌렁 벗어내고는 교복셔츠를 팔에 꿰어 입었다. 단추까지 꼼꼼하게 채우고 나니까 뭔가 허전하다.  넥타이가 없네.  교복엔 넥타이인데! 나의 완벽한 코디를 위해서는 넥타이가 필요하단 말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벌떡 일어나 원식형의 옷장을 열었다 . 옷장 안에 가득 담겨있던 형의 체취가 훅 하고 끼쳤다. 워. 방금 기분이 초큼 묘했어. 같이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여러 가지 스타일의 즐겨 입는 형의 옷장안에 여러 종류의 넥타이가 정갈하게 걸려있었다. 나는 대충 가장 무난해 보이는 남색 타이를 집어 들었다.  

 

"큼. 어 이게 잘 안 묶이네... 예전엔 눈감고 맸는데."

"한상혁. 방에서 고사 지내냐."

"혀엉 - 이리 와서 이거쫌 좀 해주세여. 이게 갑자기 안되지?"

 

옷 장 앞에서 형의 넥타이를 들고 한참이나 씨름을 하고 있으니 기다리다 못해 안방까지 어슬렁어슬렁 걸어온 원식형이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그런다. 에잇 모르겠다! 바지만 입으면 되는데! 오늘 안주 빨 세운다고 술을 너무 마신 것 같다. 도무지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난 나는 형을 더 기다리게 하는 게 좀 미안해져서 넥타이를 대충 목에 두른 체로 형 앞에 섰다. 

혀엉 - 이것 좀...

 

"... 취했냐?"

"헐. 아녀? 이것만 도와 주세여. 바지만 입으면 되니까."

 

다짜고짜  형 앞에 서서 목을 들이대니까 형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았다. 

어... 그런데 얼굴이 너무 가깝다.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져서 숨을 슬쩍 참았다.  말없이 묵묵히 눈을 내리깔고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형의 숨이 살짝 거칠다. 어느 정도냐 하면 , 술기운으로 얼굴이 빨개진 내가 형의 숨결이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어느새 솜씨 좋게 넥타이를 완성한 뒤 적당히 조여서 매듭을 정리해주던 형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씨익 웃으며 말을 한다.  왜 코앞에서 존나 멋있게 웃고 그래요 형은.  떨리잖아요. 근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형의 숨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린다.

 

"... 한상혁, 내가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어."

"뭐,뭔데요?"

 


느낌이 안좋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을 뒤로 빼자 원식형이 씨익 웃으며 내 넥타이를 잡아 당겼다. 불안한 예감은 어째서 틀린 적이 없을까.  


형은 내가 도망갈 새도 없이 허리를 덥석 끌어안더니 번쩍 들어올려 침대까지 성큼성큼 잘도 걸어갔다. 그닥 푹신하지도 않은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나는 반사신경을 이용해 스프링처럼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나보다 더 빨리 내 위로 올라탄 원식형이 내 어깨를 밀어버린 탓에 침대위로 두번이나 내동댕이 쳐졌다. 

 


"아! 형! 쪼옴!" 

"쓰읍, 가만있어봐."

"교복 구겨져요!"

"내가 하고싶었던 게 바로 그거야."

  

이 형이 드디어 미쳤나,  센티멘탈한 추억이 담긴 내 교복을! 

피식 웃으면서 내 바지를 다짜고짜 잡아당기는 게 솔직히 좀 섹시해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나는 최대한 반항했다. 물론 졌다. 술기운 때문인지 숨이 금방 가파와서 비교적 나보다 정신이 멀쩡한 형을 이기는 건 처음부터 좀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얌전히 깔려주는 건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 이기도 해서 나는 꼭 매번 이렇게 형과 투닥거리며 몸싸움을 벌이고 만다.  받아들이는 입장이라고 해서 여자가 된다거나 하는 게 아닌 건 알지만 힘들다고! 


사실 저번 일이 있고 나서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었다. 앞쪽의 자극이 없이 뒤로 몇 번이고 느끼게 된 게,  짧은 인생 굴곡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에게 김원식이라는 존재는 가장 큰 변수이니까 - 형이 가져다 주는 많은 것들에 대해 아무리 무던한 성격을 가진 나라도 한번 쯤은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몸에 힘을 쭉 빼고 늘어지자 타이밍 좋게 브리프와 바지를 한번에 잡아 벗긴 형이 고개를 들더니 씨익 웃는다. 

 


"포기했어?"

"형 좋아해여."

 

뜬금없는 나의 대답에 형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 위에 걸터앉은 채로 자기 티셔츠를 훌렁 벗어 던졌다. 셔츠를 벗으면서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고는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섹시한 표정을 짓더니  뒷목을 한 손으로 감싸 잡고 깊게 키스를 해온다. 말랑한 입술이 너무 부드러워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입안을 비집고 들어온 뜨거운 혀가 입천장을 천천히 긁자 간지러우면서도 묘한 느낌에 몸을 비틀었다. 숨막히기 직전에 입술을 뗀 형이 가볍게 이마를 맞대온다. 아... 얼굴이 너무 가깝다.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형과 나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듯 부딫혔다 떨어진다.

 

  

"한상혁."

"으음..왜여"

"사랑한다."

 

얼굴을 다정하게 쓸어내는 형의 손바닥이 너무 뜨거워 내 귀까지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하핫 그게 뭐 에여. 전혀 로맨틱 하지 않은 고백에 빵터진 내가 키득키득 웃자 형은 진지한 분위기를 깬다며 허벅지로 허리를 마구 눌러왔다. 진짜  내가 성격이 쿨해서 이정도 고백에 넘어가는 거지 다른 사람 같으면 얄짤없어요.

 

"이럴 거면서 교복은 왜 입으라고 했나 몰라요" 

"큭큭, 입혀서 벗기려고."

 

쿨하게 반항을 포기한 내가 얌전히 누워있자 형이 바지를 훌렁 벗길래 나도 옷을 벗으려고 넥타이를 잡아 빼자  원식형이  안돼. 벗지마. 라며 나를 밀쳤다. 


...그랬다.  이형의 취향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걸 내가 알았어야 하는데. 이개색히가 하고 싶었던 게 교복입고 나랑 하는 거였다니. 알아서 벗어주시겠다는데도 싫단다. 침대 위에서 옷을 억지로 벗으려는 나와 무조건 입히려는 형의 웃지 못할 몸싸움은 물론 나의 패배로 돌아갔다. 얼결에 넥타이에 손까지 묶인 나는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김변태의 이름을 김개색히로 바꾸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이 변태가!"

"안 돼. 벗지마."

"싫어! 벗을 거야! 내 교복!"

 

 

 

 

 

 

 

fin. 

 






껄렁껄렁한 원식이와 바른생활청년 상혁이가 너무 좋아요 ;ㅅ;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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