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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밤비v 2015. 11. 25. 00:23


그것은 아주 기묘한 감각이었다. 연초록빛 커튼 사이로 햇살이 강하게 비쳐들고 있었다. 몸이 녹아내린 것처럼 나른했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커튼 사이로 비친 햇빛이 감은 눈을 집요하게 찔러댔다. 몸을 일으키자 약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몽롱한 머릿속에 붉은 경고등이 일렁인다. 


자신은 처음 보는 장소에 있었다. 마치 모델하우스에서나 볼법한 새하얗고 안락한 방. 때문에 홍빈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꿈인지 아님 현실인지 잘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려 커다란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할 뿐이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어젯밤 나는 죽었다.


죽는 순간의 공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홍빈은 가만히 생각했다. 혹시 어젯밤 일이 꿈이었던 걸까. 홍빈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의구심을 지웠다. 자신은 어제 분명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있다. 죽음. 처음 느꼈던 감각이었다. 인간을 이루는 가장 작은 구성의 세포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혹하게 몸부림친다. 홍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가장 격렬하게 살아있음을 느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이 뒤엉켜 머릿속을 엉망으로 헤집고 지나갔다. 결론은 없었다. 여긴 어디일까. 그제서야 홍빈의 시야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그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홍빈은 멍하게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빛이 너무 강렬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얼굴 근육과는 달리 그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위험하게 반짝였다. 살짝 고개를 갸웃대던 남자의 입 꼬리는 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누구세요?”


고요하고도 평화롭던 침묵이 무겁게 열린 홍빈의 목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남자의 눈이 조금 커졌다. 잠에서 깨어난 그가 움직이고 말을 하는 것이 신기한 표정이어서 홍빈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남자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한참이나 홍빈을 가만히 응시하던 남자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뱀파이어도 햇빛을 볼 수 있어요?”

“그래.”


죽었다 살아났는데 별로 놀라질 않네. 남자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또 서늘했다. 홍빈은 대답대신 침대보드에 몸을 기대었다. 햇빛을 보아도 죽지 않는다니. 요즘 뱀파이어는 다 그런가. 자꾸만 현기증이 밀려와 홍빈은 눈을 감았다. 햇빛이 살갗을 강하게 찔러대고 있었다.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빈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에? 


새하얀 셔츠 위로 핏기 없는 팔목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팔이었다. 힘을 주어 움직이자 새하얀 이불 위를 흐느적거리는 모양이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내 몸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홍빈은 소매를 잡아당겨 빛에 노출된 손등을 덮으려 애썼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떤 생명체라도 닿는 순간 녹여버릴 강한 따스함. 홍빈은 어지러웠다. 그의 머리속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이 서서히 들어차기 시작했다.   


“왜 내가 햇빛을 두려워하는 거지?”

“우리가 어둠에 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지.”



*

카메라_처음본_뱀파이어_데니스_짤.gif를 본적있는 연성러라면 뱀파이어물을 쓰지 않을 수 없다 ㅇㅅㅇ 죽는 순간에 대해 상상하는 재미가 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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